묵시록 이후, 인간은 어디로 향하는가: ‘지구는 영원하다(Earth Abides)’ 리뷰
MGM Plus의 ‘지구는 영원하다’를 시청하고 난 후, 기존의 묵시록 이후 스릴러와는 다른 신선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좀비나 식인종과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을 다룬 ‘로드’나 지루하게 전개되는 ‘워킹 데드’, 지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사일로’나 ‘폴아웃’과는 차별화된 작품입니다. 조지 R. 스튜어트의 1949년 동명 SF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문명이 붕괴된 후,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공동체의 의미를 되짚어봅니다.
예측 불허의 재앙, 그리고 혼자가 된 남자
주인공 이셔우드 '이쉬' 윌리엄스(알렉산더 루드윅 분)는 지질학 연구를 위해 캘리포니아 산속에서 논문을 준비하던 중 방울뱀에 물립니다. 간신히 오두막으로 돌아와 고열에 시달리다 깨어나 보니, 세상은 완전히 변해 있었습니다.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인해 문명은 파괴되고,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이죠. 자연의 반격은 곧 닥쳐올 미래를 예고하는 복선이었던 셈입니다.
생존, 그리고 새로운 시작
도시를 헤매던 이쉬는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는 몇몇 생존자들을 만나지만, 진정한 생존은 엠마(제시카 프랜시스 듀크스 분)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엠마는 묵시록 이후 세계에서 이쉬보다 훨씬 뛰어난 생존 능력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함께 삶을 개척하기로 결심하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를 건설해 나갑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
수많은 시즌 동안 끊임없이 반복되는 '나쁜 놈' 스토리에 지쳐 '워킹 데드'를 꾸역꾸역 시청했던 분들이라면, '지구는 영원하다'의 신선함에 만족하실 겁니다. 이 드라마는 인간의 이기심과 악함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를 강조합니다. 물론, 이쉬와 엠마는 때때로 악의를 품은 집단을 만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려 노력합니다.
자연의 회복, 인간의 변화
드라마 제목처럼, 모든 것이 변해도 지구는 영원합니다. 인간이 만든 모든 것들이 썩어 없어지는 동안, 자연은 서서히 회복하고 세상을 되찾습니다. 도시가 숲으로 변하고, 야생 동물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돈이나 사회적 지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은 점차 집착을 버리고,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특히 인간 관계에서 그러한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도서관의 가치 재발견
'지구는 영원하다'는 고전 문학의 가치뿐만 아니라, 도서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거나 아기를 출산하는 방법 등, 묵시록 이후 세계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유튜브 대신 도서관을 찾아야 합니다. 지역 도서관은 생존에 필수적인 존재로 그려집니다.
맺음말
'지구는 영원하다'는 기존의 묵시록 이후 스릴러와는 다른, 더욱 현실적인 미래를 제시합니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즉각적으로 식인 행위를 선택하지 않고, 서로 협력하며 진정한 인간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분위기의 묵시록 드라마를 찾고 있다면, '지구는 영원하다'를 추천합니다.